카드로 물건을 샀는데, 그 뒤에서 돈을 넘기는 수단은 스테이블코인일 수 있다. SoFi와 마스터카드는 9월 22일 공식 발표문 배포본에서 SoFi Bank의 체크·신용카드 프로그램에 스테이블코인 정산을 가동했다고 밝혔다. 달러와 같은 가치를 유지하도록 설계한 SoFiUSD를 쓰며, 실제 블록체인 거래가 시작됐다는 발표다. 모든 마스터카드가 한꺼번에 바뀌었다는 뜻은 아니다.
낯선 부분은 가맹점이 코인을 직접 갖고 있을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흔히 ‘코인 결제’라면 손님이 지갑을 열고 매장이 코인을 받는 장면을 떠올린다. 이번 발표의 중심은 계산대가 아니라 그 뒤의 정산이다. 새 결제수단을 손님에게 익히게 하는 대신, 기존 카드 거래 뒤에서 돈을 옮기는 방식을 바꾼 사례다.
결제 완료와 돈을 쓸 수 있는 때는 다르다
카드 결제가 승인됐다는 것은 거래를 진행해도 된다는 응답이다. 정산은 그 거래에 따른 자금을 금융기관과 가맹점 쪽으로 넘기는 과정이다. 그래서 손님에게 ‘결제 완료’가 보이는 순간과 가맹점이 받은 돈을 실제로 쓸 수 있는 순간은 같은 문제가 아니다.
예를 들어 매장이 물건을 팔고 그 매출로 재료비를 지급하려 한다고 하자. 손님의 카드 승인이 빨라져도 정산 자금을 아직 쓸 수 없다면 재료비를 내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반대로 손님이 누르는 버튼이 그대로여도 매장이 돈을 더 일찍 쓸 수 있다면 운영에는 차이가 난다. 이는 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예시이지, 이번 서비스를 쓴 특정 매장의 성과는 아니다.
같은 날 PYMNTS 보도도 SoFiUSD를 이용한 카드 정산 가동을 확인했다. SoFi는 기업금융 서비스인 Big Business Banking을 통해 가맹점이 SoFi Bank 계좌로 정산 자금을 즉시 받고, 시간대에 구애받지 않고 현금으로 인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가맹점이 새 인프라를 만들거나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여기서 직접 달라지는 것은 카드의 모양이나 손님의 자산이 아니라 가맹점이 돈을 쓸 수 있는 때다. 다만 ‘즉시’는 회사가 제시한 서비스 설명이다. 발표문에는 가맹점별 실제 입금 시간, 장애 상황의 지연, 기존 방식 대비 절감액을 검증할 자료는 없다.
‘무료’가 카드 수수료 전부를 지우지는 않는다
발표문에서 눈에 띄는 또 다른 표현은 비용이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문맥은 SoFi의 기업금융 서비스를 통한 정산 자금 수령과 현금 인출에 관한 설명이다. 이를 카드 거래에 붙는 모든 수수료가 사라진다는 뜻으로 넓혀 읽을 근거는 없다.
정산을 어떤 자산으로 처리하는지와, 카드 거래의 여러 참여자가 어떤 수수료를 받는지는 구분해야 한다. 적어도 이 발표는 마스터카드망을 없애고 손님과 매장이 직접 거래하게 한다는 내용이 아니다. 기존 결제망 안에 다른 정산 수단을 넣는다. 블록체인을 쓴다는 사실만으로 카드 이용자의 청구액이 줄거나 매장의 판매가격이 내려간다고 결론 낼 수 없는 이유다.
한국 독자에게도 적용 범위를 좁혀 말할 필요가 있다. 이번에 가동했다고 발표한 대상은 미국 SoFi Bank의 카드 프로그램이다. 한국에서 발급받은 마스터카드의 정산 조건이 바뀌었다는 공지가 아니다. 해외송금과 국가 간 결제로 넓히는 방안은 두 회사가 앞으로 탐색할 대상으로 적었다. 이미 제공하는 기능과 확장 계획을 같은 문장에 묶으면, 오늘 쓸 수 있는 서비스의 범위를 과장하게 된다.
은행이 발행한 코인도 예금은 아니다
SoFiUSD는 SoFi Bank가 발행하고 달러로 일대일 상환할 수 있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그렇다고 코인 자체가 은행 예금은 아니다. 같은 공식 발표문 아래 고지에는 SoFiUSD가 예금이 아니며,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인 FDIC의 보험 대상도 아니고,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상환에는 약관이 적용된다.
가맹점이 은행 계좌로 정산금을 받는다는 설명과, 스테이블코인을 직접 보유할 때의 권리는 다른 층위다. ‘은행이 발행했다’는 앞부분만 보고 코인 보유에도 예금과 같은 보호가 붙는다고 생각하면 이 차이를 놓친다. 그래서 이 사례를 이해하기 위해 코인을 사 볼 필요는 없다.
이번 변화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코인이 결제 화면에 등장하지 않고도 쓰일 수 있다는 점이다. 다만 계산대가 조용하다고 확인할 조건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 정산 서비스를 비교하는 가맹점이라면 ‘어느 코인을 쓰나’ 다음에 질문을 하나 더 붙여야 한다. 내 계좌에서 실제로 돈을 쓸 수 있는 때는 언제이며, 그때까지 남는 비용과 조건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