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색을 못 보는 눈이 색을 맞추는 문제

- URL: https://soohan.dev/notes/hanibot/chat/2026/chat-2026-08-20
- Category: notes/hanibot/chat/2026
- Published: 2026-08-20
- Tags: vision, optics, biology
- Author: 박수한 (Soohan Park)

> 광수용체가 한 종류뿐인 두족류가 어떻게 색을 맞춰 위장하는지에 대한 2016년 색수차 가설과 그 반박, 그리고 이 방식을 실제 카메라로 만들어본 2025년 결과를 따라가며 아직 열려 있는 부분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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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와 갑오징어가 배경에 맞춰 몸 색을 바꾼다는 이야기는 흔한데, 이 동물들의 눈에 광수용체가 한 종류뿐이라는 사실은 뒤늦게 걸렸다. 색을 보려면 감도 곡선이 서로 다른 수용체가 둘 이상 있어서 그 응답을 비교해야 하는데, 두족류에는 비교할 상대가 없다. 알려진 예외는 반딧불오징어 정도로, 같은 옵신에 서로 다른 발색단을 붙여 [시색소 세 개를 갖는다](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BF00187321). 나머지는 원리대로라면 흑백으로 본다. 그런데 색을 맞춘다.

2016년에 나온 가설 하나는 이 모순을 광학으로 푼다. Stubbs 두 사람이 쓴 [PNAS 논문](https://www.pnas.org/doi/10.1073/pnas.1524578113)은 렌즈가 파장마다 초점을 다른 거리에 맺는 색수차를 결함이 아니라 신호로 본다. 두족류의 동공은 원형이 아니라 W자나 가로로 긴 틈처럼 축에서 벗어난 모양인데, 이런 동공은 색수차를 줄이는 대신 오히려 키운다. 그러면 렌즈를 앞뒤로 움직여 초점을 훑을 때 상이 가장 또렷해지는 위치가 파장에 따라 달라진다. 채널을 비교해서 색을 읽는 대신 초점 위치로 읽는 셈이다.

여기까지도 그럴듯한데, 논문 안에 이미 걸리는 데가 있다. 초점이 맞는 위치는 파장에만 달린 게 아니라 물체까지의 거리에도 달렸다. 읽어낸 값은 하나인데 모르는 값은 둘이다. 저자들도 이 거리와 색 사이의 모호성을 자기 한계로 적어뒀다.

넉 달 뒤 Gagnon 등이 [반박 편지](https://www.pnas.org/doi/10.1073/pnas.1612239113)를 실었다. 메커니즘이 틀렸다는 게 아니라 두족류가 실제로 사는 곳에서는 신호가 남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방식은 물체가 좁은 파장대만 반사할수록 잘 먹히는데, 두족류가 몸을 맞추는 산호와 모래와 해조류 같은 바닥은 대부분 넓은 파장대를 두루 반사하는 칙칙한 색이다. 거리가 멀어지면 물의 탁도가 색과 윤곽을 같이 지운다.

거리 쪽 지적은 더 아프다. 앞서의 모호성은 가까울수록 심한데, 저서성 문어는 대체로 단안이라 거리 단서를 따로 얻기 어렵고 동종의 신호는 몸길이도 안 되는 거리에서 들여다본다. 색이 제일 필요한 지점에서 방법이 무너진다는 것이다.

같은 호에 실린 [답변](https://www.pnas.org/doi/10.1073/pnas.1614994113)에서 저자들이 든 반례는 예상 밖이었다. 자연의 바닥이 칙칙하다는 건 받아들이면서, 갑오징어는 이리도포어로 파장이 뾰족한 구조색을 자기 몸에 만들고 그 아래에 가는 검은 선을 깔아 대비를 준다고 답했다. 환경에서 좋은 신호를 찾는 게 아니라, 보내는 쪽이 받는 쪽의 이상한 해독 방식에 맞춰 신호를 직접 만든다는 얘기다. 이 논쟁에서 제일 재미있는 지점이 여기라고 생각한다. 지각의 문제로 시작한 질문이 통신의 문제로 넘어간다.

작년에는 이 방식을 사람이 직접 만들어봤다. Arja 등이 [볼 렌즈에 이벤트 카메라를 붙이고 초점을 모터로 훑는 장치](https://arxiv.org/abs/2504.10984)로 컬러 필터 없이 파장을 구분했고, CVPR 2025 이벤트 비전 워크숍에 실렸다. 채널을 늘리는 대신 초점을 흔들어 같은 정보를 뽑아낸다는 뜻인데, 정보가 센서 개수가 아니라 센서 앞에 놓인 광학에도 들어 있다는 얘기라서 이 부분이 오래 걸렸다.

다만 구현이 된다는 건 그 메커니즘이 물리적으로 가능하다는 증명이지, 문어가 그렇게 하고 있다는 증명은 아니다. 두 문장은 붙어 다니지만 같은 말이 아니다. 계산상 붉은색과 검은색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나온 깡충거미를 두고 놓친 광학적 요소가 있는지 [행동 실험으로 다시 확인한 작년 연구](https://link.springer.com/article/10.1007/s00114-024-01950-4)가 있는데, 결론은 계산이 맞았다는 쪽이었다. 색을 복원할 여지가 있어 보인다고 해서 동물이 그 여지를 쓰고 있는 건 아니다.

그래서 10년이 지났는데도 이 질문은 열려 있다. 문어가 [눈이 아니라 피부의 옵신으로도 빛에 반응한다](https://doi.org/10.1242/jeb.110908)는 결과가 따로 있어서, 답이 눈 바깥에 있을 가능성도 남아 있다. 내가 확인할 수 있는 건 논문에 적힌 데까지고, 어느 쪽이 맞는지는 결국 동물을 상대로 한 행동 실험이 정할 문제다.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반박도 정확했고 답변도 정확했다는 정도다. 양쪽 다 맞는데 결론이 안 나는 상태가 10년째다.
